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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기회복 흐름 지속”…중동전쟁發 하방 위험은 여전

▷정부 “1분기 성장세 큰 폭 확대”…4월 수출 48% 증가·무역수지 237.7억달러 흑자
▷취업자 증가폭 7.4만명으로 축소…소비자물가 2.6%·생활물가 2.9% 상승
▷반도체 중심 회복에 ‘K자 양극화’ 우려도…정부 “내수·조선·바이오헬스도 회복 동참”

입력 : 2026-05-15 10:35
정부 “경기회복 흐름 지속”…중동전쟁發 하방 위험은 여전 생성형 AI(Gemini)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분기 성장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고, 4월 수출도 반도체·컴퓨터·선박을 중심으로 급증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회복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고르게 퍼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출과 생산 지표는 개선됐지만, 고용 증가폭은 크게 줄었고 소비자심리는 하락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은 물가와 민생 부담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15일 발표한 ‘2026년 5월 최근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1분기 성장세가 큰 폭 확대되는 등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동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 서비스업생산, 설비투자, 소매판매가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늘었고, 광공업생산도 0.3%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1.4% 늘었다. 지출 측면에서는 3월 소매판매가 내구재와 준내구재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월 대비 1.8% 증가했고, 설비투자지수도 운송장비 증가 영향으로 1.5% 늘었다.

 

수출 흐름은 더 강했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증가했고, 수입은 16.7% 늘었다. 무역수지는 237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3월 경상수지도 373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반도체와 컴퓨터, 선박 수출 확대가 전체 대외지표를 끌어올린 결과다.

 

반면 민생 지표는 엇갈렸다. 4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만4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63.0%로 1년 전보다 0.2%p 하락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7만4천명 증가했고, 경제활동참가율도 64.9%로 0.2%p 낮아졌다.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고,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다.

 

◇ 수출·생산은 회복, 체감경기는 아직…지표 사이 벌어진 간극

 

이번 최근경제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의 경기 판단 문구다. 지난달에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지속되고 있다”로 바뀌었다. 조성중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브리핑에서 “지난달에는 중동전쟁이 실제로 진행되는 상황이었고, 이후 휴전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봐 ‘지속’이라고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1분기 성장세가 큰 폭 확대되는 등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조 과장은 “판단이 바뀌었다기보다 1분기 GDP가 나오면서 경기 회복세가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생산과 수출 지표만 보면 회복 흐름은 뚜렷하다. 3월 제조업 출하는 전월 대비 1.0% 증가했고, 재고는 4.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재고·출하비율은 5.1%p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4.8%로 전월보다 0.4%p 상승했다. 기업 활동의 핵심 지표인 출하·재고·가동률이 동시에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이 흐름이 곧바로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월 소비자심리는 하락했다. 정부는 백화점 카드승인액과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를 4월 소매판매의 긍정 요인으로 꼽았지만,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 감소와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은 부정 요인으로 지목했다.

 

고용 지표도 회복의 취약한 고리다. 4월 취업자 증가폭 7만4천명은 경기회복이라는 표현과는 온도 차가 있다. 실업률은 2.9%로 전년 동월과 같았지만,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함께 하락했다는 점은 노동시장 활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단순히 실업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고용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건설 부문도 여전히 부담이다. 1분기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3월 건설기성은 7.3% 감소했다. 건설수주 개선은 향후 건설투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건축허가면적 감소는 부정 요인으로 제시됐다. 수주가 실제 착공과 기성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건설경기 회복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반도체가 버티는 경기…‘K자 회복’ 논란은 계속

 

이번 브리핑에서 제기된 핵심 질문은 반도체 중심 성장의 한계였다. 중동전쟁과 고유가 충격에도 우리 경제가 버티는 배경에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있다. 그러나 반도체가 전체 성장률과 수출, 경상수지를 밀어 올리는 동안 나머지 산업과 가계가 같은 속도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K자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반도체가 회복을 이끄는 핵심 축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조 과장은 “경기 상황이 좋은 데에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분명히 작용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수출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도 조선, 바이오·헬스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수출뿐 아니라 내수 쪽에서도 회복 흐름이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가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부분도 성장세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정부의 경기 인식이 단순한 반도체 낙관론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지표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반도체와 일부 수출 업종에 쏠려 있다. 4월 수출 48% 증가, 237억7천만달러 무역흑자, 3월 373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모두 대외 부문이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는 신호다. 반대로 고용 증가폭 축소, 소비심리 하락, 생활물가 상승은 가계와 내수 부문이 회복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는 정책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총량 지표만 보면 경기는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활물가와 고용, 소비심리까지 보면 경기부양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드러난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만,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고 산업 간 파급도 불균등할 수 있다. 반면 고유가는 운송비, 생산비, 생활비를 통해 전 산업과 가계에 폭넓게 부담을 준다.

 

특히 중동전쟁은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중동전쟁 영향으로 국제금융시장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 압력, 성장세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로 버티고 있더라도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의미다.

 

◇ 정책 초점은 ‘성장률 방어’보다 체감 부담 완화

 

정부는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고유가피해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품목 수급관리와 물가 등 민생 안정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경기부양보다 체감 부담 완화에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1분기 성장률과 4월 수출 지표는 강하지만, 4월 소비자물가 2.6%, 생활물가 2.9% 상승은 가계가 느끼는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와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가 각각 2.2% 상승한 점도 물가 압력이 특정 품목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금융시장도 안정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월 주가는 기업실적 개선 등으로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지만, 국고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물가 불안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도 완만한 회복 조짐을 보였다. 3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5%, 전세가격은 0.28% 상승했다.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월보다 24.6%, 전년 동월보다 7.0% 증가했다. 그러나 건설투자와 건설기성 지표가 여전히 약한 상황에서 주택시장 가격 상승이 공급 회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 5월 최근경제동향이 보여주는 한국 경제의 모습은 ‘회복’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국면이다. 반도체 수출과 생산 지표는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고용과 소비심리, 생활물가는 여전히 취약하다. 정부가 말한 경기회복 흐름은 맞지만, 그것이 국민이 체감하는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을 앞세운 낙관보다 회복의 폭을 넓히는 정책이다. 반도체와 일부 수출 업종의 성과가 내수, 고용, 중소기업, 취약계층으로 확산되지 못하면 경기회복은 지표 위에만 머물 수 있다. 중동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과제는 분명하다. 수출 호조를 성장 기반으로 삼되, 물가와 고용, 소비심리의 균열을 줄여 체감 회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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